화공 박종일

인간과 신의 모습 사이에서 존재하는 신의 초상

무속에는 무신도를 그리는 분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무화(巫畵)일 경우는 더욱이 더 그러하다. 과연 회화적인 입장에서 무화를 무속화라 불리우는 것이 맞는지, 또는 민속화로 규정지을 수 있는지 그 개념의 애매 모호함이 많다. 

그러나 화(畵)의 의미는 장르를 규정짓는다는 뜻이고, 도(圖)라는 의미는 규정된 장르의 하위 갈래나 개별 작품을 지칭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야기 하는 맞이나, 환, 화분, 탱화 등은 무신도라 지칭하는 것이 올바른 용어라고 본다.

환공 박종일. 수려한 외모도 외모지만 안경너머로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나타나는 강함과 부드러운 기운은 무척 단단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그가 이북환을 그리는 사람이기 이전에 자기 세계가 분명하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완벽을 추구하는 그 깐깐함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가 표현하려는 작품에 있어서 색의 화려함이나 선의 뚜렷한 터치는 일반 무신도에서 볼 수 없는 화공 박종일 만의 개성이라고 본다. 이렇게 대담하게 쓸 수 있는 색감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자신감일까? 궁금히 생각하다 그림 그린 경력이 만만치는 않은데 “몇 년 되었나요?”라고 물어보니 빙그레 웃으며 그저 오래 되었다고만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다른 이북환과 대별되는 것은 인물화상의 비율 대칭이다. 예전의 환은 오래전 부터 내려오던 화풍을 고수하다보니 만신들 간에는 예전부터 눈에 익숙한 환과 비교해 얼굴상이 크다는 이야기를 더러 듣는다.

 화면의 꽉 찬 구도와 풍만한 양감, 때에 따라 그림에 원색을 사용하게 될 때, 원근감을 나타나게 될때, 그 작품의 주제를 강하게 살리기 위해 그러한 기법을 더러 사용하는데, 아쉬운 부분은 주제넘게 작품성을 생각하다보니 본의 아닌 환쟁이 고집이 나온다며 그림에 대한 욕심을 우회적으로 말한다.

비교적 넓은 공간의 작업실 여기저기에는 기초 작업을 끝낸 작품들이 병풍처럼 벽을 두르고 있었다. 일의 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분들이 그의 그림을 선호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북환을 치는 분들은 얼마 안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환을 치고 싶어도, 종합탱화를 맞추고 싶어도, 부채나 호기, 장군기를 그리고 싶어도 한정된 정보에 의존되어 만족된 그림을 만나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의 작업실은 서울 외곽순환도로 계양IC를 빠져나와 계산 3거리, 경인 고속도로 부평IC를 나와 경인교대역 4번출구 인근에 위치해 있다.

신의 초상을 그리는 분들 또한 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그 역시 김금화 선생님을 만나 자신의 인생에 있어 큰 전환을 맞았으며, 한없이 주시기 만한 선생님께 큰 감사를 드린다고 말한다. 

환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천명을 거슬리지 않고 순리에 따라 장인정신으로 외길을 가는 화공 박종일의 환이 신제자님들께 유용의 가치로 다가 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좋은 정보로서 징검다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